그는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내느니, 차라리 고향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자는 결심을 하고 무작정 곡괭이를 들었다. 하지만 살면서 못 한 번 박아본 적도 없던 그에게 이곳 산골에서의 삶은 모든 것이 낯선 도전이었다. 멧돼지가 돌아다니는 산골이라 밤에는 앞마당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고, 불 지피는 법도 몰랐던 자연인. 불안정한 수도 시설 탓에 물이 안 나와 집 수돗가에 큰 물통을 가져다 놓고 물이 찰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직접 얻어온 지렁이를 이용해 만든 분변 퇴비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잡초만 무성하게 키워 온 밭을 초토화시켰고, 이를 정리하고자 난생처음 써본 예초기는 익숙지 않아 여러 번 고장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단지 꼼꼼함을 넘어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 덕분에 그는 빠르게 산골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매일 밤 일기를 쓰며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을 기록했고, 스스로의 실패를 분석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뜨거운 숯과 계곡물, 식초를 이용해 기름때 많은 설거지도 척척 해내고, 소금항아리에 저장해놓은 고등어는 솔잎과 쌀뜨물로 비린내를 없앤다. 쌍살벌의 습격을 뚫고 산 깊은 곳까지 거침없이 진격하는 자연인. 그렇게 소소한 성취감은 나날이 쌓여간다. 뒤늦은 도전이란 없다. 평생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성취감을 맛보며 살아가는 자연인 김형기 씨의 이야기는 2025년 9월 24일(수)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Copyright MB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영상물 등급   모든 연령 시청가
방영일           2025. 09. 24
카테고리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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